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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Gallery BK는 푸릇한 3월의 봄을 맞아 회화의 기본 구성체 중 하나인 ‘색채’의 순수성과 본질을 형상화하여 화면 위에 담아내는 작가 국대호의 개인전 <g l e a m>을 3월 16일부터 4월 6일까지 Gallery BK 한남에서 진행한다.
여기 빛과 색이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들이 화폭 위에 정렬해 있다. 어느 순간에는 온화한 색으로, 다른 순간에는 화려한 색으로, 스퀴지로 각각의 색들을 밀어내는 기법을 통해 밝게 그을린 듯한 거친 텍스처를 보이면서 그 교집합의 향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 국대호는 물감의 밀도와 속도, 방향의 규칙성을 작품마다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회화의 본질적인 면을 추구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색면 회화(Color Field Painting)는 화면의 전면 구성을 통한 회화 본래의 평면성에 주의를 기울여 극도로 단순화한 형태를 추구하는 회화의 한 양식이다. 2차원 평면의 캔버스 위를 색이라는 요소로 덮어 압도적인 깊이감과 숭고함을 전달하는 것으로 어떠한 형태나 묘사 없이 색이 가지는 순수한 감정만으로 관람자로 하여금 추상적인 소통의 창을 열게 한다. 국대호의 회화에서 그가 선보이는 색면들의 질서는 전시장 벽면 이곳저곳을 부유하며 빛이라는 제3의 요소를 만나 더욱 환하게 빛을 내는데, 그는 이러한 색채의 정렬을 통해 색이라는 요소가 주는 감정 전반의 개연적인 이야기를 정갈하게 풀어낸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Louis René Deleuze, 1925~1995)의 예술 이론에 따르면 그는 ‘감각’과 ‘형상’의 개념을 중요시하고 있다. 들뢰즈는 회화가 진부한 구상적인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추상을 통해 순수한 형태를 지향하거나 맥락으로부터 추출하고 고립을 통해 형상적인 것으로 향해야 하며, 감각이 작동되어야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들뢰즈의 이러한 이론은 추상회화로서의 본질 자체를 정리하는 단초가 된다. 국대호의 작품은 회화의 순수 결정체가 되는 요소인 색을 통한 형상적 추상으로 들뢰즈가 언급한 추상적 순수 형태와 감각적 창조의 결과물로 정의될 수 있다. 색과 빛의 교집합을 통한 산물,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 깊이와 농도는 작가의 회화 본질에 대한 탐구와 오랜 기간 동안 응축된 색채의 리듬감 넘치는 울림이 고착화되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달한다.
“지금은 작고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 베르나르 로와조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음식은 기억이다 – 어릴 적 산이나 들에서 뛰어놀다가 따먹은 열매의 맛이나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의 맛은 그 후 수십 년이 지나서도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하였듯이 나에게 그러한 풍경들은 어떤 구체적인 상황으로서 인식되기보다는 특정한 색채로서 대체된다. 이처럼 대체 불가능한, 회화 속 색의 본질을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오늘도 캔버스에 ‘색’이라는 매개체를 핑계로 기억 속 여행을 떠난다.” – 국대호 작가노트 中
작가 국대호는 회화적 색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여전히 선연한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
최민지, Gallery BK 부관장